HAKUNA MATATA 07 w. hiver “아! 펜!” 단순 호기심에 선택한 과목이었다. 옆에서 바람만 넣지 않았어도 수강신청까진 하지 않았을 텐데. 하여튼. 급하게 책만 가지고 뛰어 오다 강의실 앞에 도착해서야 정말 책'만' 가져왔다는 걸 깨달았다. 돌아가기엔 멀고, 점점 빈 자리가 줄어드는 강의실을 보면서 ‘여기 아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는데.’ ...
HAKUNA MATATA 06 w. hiver 문득 나는 참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감 청소를 끝내고 좋아하는 구석 의자에 앉아서 손가락을 접으며 소유의 즐거움을 주는 것이 있을까- 찾아봤는데, 없다. 오늘은 기분이 참 괜찮은 날이었는데, 내가 부러 기분을 망치고 있는 건가. 단 하나를 못 가져서 모든 걸 부정하고 있는 건가. 과제가 빨...
HAKUNA MATATA 05 w. hiver 분명 뛰면서 차 올랐던 숨은 다 가라앉혔는데. 양예밍의 손끝이 잠깐 닿았던 것 때문에 다시 무지막지한 질주를 한 것처럼 가슴이 뛴다. 마냥 부드러울 것이라 생각했던 손끝은 보기보다 질감이 있는 남자의 손이었다. 하려던 사과를 해 버렸더니, 양예밍과 나눌 말이 없다. 아, 이대로 그냥 보내기 싫은데. 마주보는 시...
HAKUNA MATATA 04 w. hiver 보고 싶다. 겨우 잠들었다가 깼을 때, 무심코 떠오른 한 마디. 시간을 가늠할 수 없어 누운 채 액정을 확인하고 다시 침대 어딘가에 던졌다. 햇빛이 적은 눅눅한 날씨. 다시 몸을 돌리고 베개를 끌어 안았다. 주말아침에 저런 로맨틱한 생각을 하며 깨다니. 오늘이 토요일이라 다행이다, 어쩌다 마주칠 일 없이, 마음...
HAKUNA MATATA 03 w. hiver 적막한 집이 싫어서, 인공적인 웃음소리가 쉴새 없이 들리는 채널에서 멈췄다. 어지러운 식탁 위를 보니 딱 ‘나’다. 치우려다 말았던 텅 빈 껍데기, 모서리 쪽에 겨우 자리를 잡고 있는 스케치북 더미, 유리 위에 지저분하게 남아있는 커피자국. 오랜만에 청소를 할까. 아니다, 기왕 나와 같다고 해버렸으니 좀 더 둬...
HAKUNA MATATA 02 w. hiver 짝사랑은, 고백하는 그 순간부터 다시 ‘시작’이다. 좋아하는 색을 묻혀 대충 찍기만 했는데, 점점 누군가의 형상이 되고. 대답을 하기에도 창피하고 멋쩍어서 누구냐고 스스로 되묻기 하던 것을 포기했다. 한참 동안 팔이 아픈 것도 모르고 붓을 가만히 들고 있기만 했다. 그러다 검정색 물감을 캔버스 가운데 어딘가에 ...
HAKUNA MATATA 01 w. hiver 죽는 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거지. 막상 다리에 와서 바람을 맞고 서 있으니 목 뒤가 딱딱하게 쓰리다. [미친 거 아니야?] 좋아한다고 말하자 마자 내 귀에 꽂힌 한 마디. 더 심각한 건, 낮게 지분거리던 날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더럽게 좋았다는 거다. 이렇게 정확하게 나만 들으라고 하는 말이라면 욕이든 뭐든...
※ 잠깐! 애정장면 묘사에 유의하세요! Open up, Baby w. hiver 음악 선곡은 대체 누가 해놨는지. 또 스텝들 갈아 치운다고 지랄을 해야 일들을 할 건가. ‘저… 작가님,’ 작업할 때 예민하니까 좀 놔두라는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고. 카메라라도 하나 던질까 싶었는데 오늘 라인업이 다 아끼는 것들이라 차마 던지지는 못하고 손을 들어 작업을 중지...
낭만실조End w. hiver 한 달에 몇 번 없는 외박. 야오왕에겐 말하지 않고 병원으로 곧장 왔다. 약속한 시간보다 한참이 남아 다른 곳을 들렀다 올까도 생각했었지만, 오늘은 조금 서둘러서 보고 싶은 날이라. 내가 내 발로 병원을 기쁘게 들어오는 날이 있을 거라곤 상상해 본 적이 없는데 망설이지 않고 정문을 통과했다. 딱히 트라우마도 없는데 유독 병원이...
낭만실조10 w. hiver 허술하게 보낸 며칠에 대한 대가는 생각보다 혹독했다. 딴 짓을 하고 싶을 때마다 생각나는 몇 마디에 억지로 정신을 차려야 했다. 야오왕이 밤낮없이 선수들 컨디션과 부상상태를 체크하느라 나와 마주칠 시간이 없는 것도 한 몫 했고 아직 끝내지 못한 과정이 있어 나만큼 시간에 쫓기고 있었다. 아주 잠깐, 충전을 하는 정도로만 보는. ...
낭만실조09 w. hiver 금요일 밤, 시끌벅적한 술집. 왕이는 간간히 재미있는 이야기에 반응을 해주는 정도. 그래도 건배- 소리에는 빠지지 않고 잔을 들어준다. 술이 조금 들어가니 바로 옆에 앉아있는 야오왕이 점점 비현실적인 모양으로 시야에 잡힌다. ‘주장, 눈 풀렸는데요.’ 먼 곳에서 들리는 것 같네. 얌전한 귓바퀴, 동그란 콧망울, 유려한 턱 끝, ...
낭만실조08 w. hiver “저기, 양예밍?” “진짜야, 나 여기도 아파.” “너....” “이쪽도 좀 아픈 거 같애.” “..죽을래?” “아파요, 선생님.” 이렇게 여유부리며 시간마다 와서 될 일이 아니지만, 그러게 누가 몇 년을 눈에 안 보이랬나. ‘어디, 여기?’ 생살을 꼬집으며 응징하는 게 생각보다 아파서 코가 찡하다. ‘왕아, 이제 진짜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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