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utopia 06 w. hiver ‘야, 왕이 사진 가르쳐 준다고 했다며? 얼마 드려야 합니까, 작가님.’ 고맙다는 인사까지 받고, 미안하다는 한 마디를 제대로 할 수 없는 내 처지가 꽤나 처참했다. 하지만 그 약간의 좌절감과 죄책감은 오래 가지 않았고, 어느새 일과 중 제일 즐거운 시간은 ‘예밍-’ 잔뜩 마음을 쓰며 문을 여는 야오왕을 보는 시간. 아...
X-utopia 05 w. hiver 결국 담배를 사러 나갔다. 불규칙하게 뛰어대는 걸 가라앉히기에는, 담배 말고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오랜만에 연달아 피우는 담배는 멍- 하게 어지럽기만 할 뿐, 생생하게 불안한 머리를 나른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야오왕이, 보고 싶어 한다. 그것도, 동우림에게, 내가 보고 싶다고 했다. 담배를 지탱하기 위한 손동작도...
X-utopia 04 w. hiver 촬영을 다녀와서 쉴 만큼 쉰 것 같은데도 노곤함이 없어지지 않는다. 오늘은 몸이 죽죽 가라앉는데. 테스트 인화도 마무리 해야 하고. 머리가 아파서 꾹꾹 누르고 있다가, 문득 나가서 걷고 싶었다. 도심 속 공기가 좋을 리 없고, 딱히 할 것도 없는데. 갈 곳이 없으면 그냥 일찍 집으로 갈까 싶어 몸을 일으켰다. 따뜻한 색...
X-utopia 03 w. hiver 오늘 작업도 보기 좋게 망했다. 벌써 30분이 넘도록, 소파에 누운 채로 빈 컵을 가지고 놀고 있다. 컵 가장자리를 빙 둘러가며 어딘가, 야오왕의 입술이 닿았던 곳을 찾는 놀이. 조금 지겨워질 때쯤, 품에 닿았던 몸을 기억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여태 이렇게 간절하게 뭔가 기억하려고 발버둥 친 적이 있었나 생각하게 하는...
X-utopia02 w. hiver 딱히 시선을 둘 곳이 없었다. 이런저런 각도로 그를 지켜보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셔츠 소매를 만지작거리는 손이 자꾸 눈에 보여 물어 보려 했는데. ‘아, 나 잠깐만.’ 자리를 옮기려 할쯤 화장실을 가겠다며 일어난다. 가방에서 뭔가 손에 쥐고 숨겨 가는 것이 아무래도 신경 쓰여 곧장 따라 갔다. 아무것도 아닌데. 앞에서...
X-utopia prologue w. hiver 정확하게는 어제 밤 9시부터였다. ‘양예밍! 절대 늦으면 안 돼!’ 인생의 절반을 같이 보낸, 유일하게 서로의 사생활에 관여하는 친구. 관여하긴 했지만, 이렇게 열렬하게 보여주고 싶어했던 적은 없었다. 애인이 있다, 없다, 정도의 정보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안이 됐으니. 그리고 지금, 아침 7시. 이...
比翼連里 w. hiver 흔하고 흔한 꽃나무 하나 없는 고요한 뜰. 계절이 지나는 것은 아스라이 붙어있는 푸른 잎사귀들이 조금 더 색이 진하거나, 혹은 흰 눈으로 덮이거나. 그리 알 수 있었다. 그 삭막하고 적적한 풍경 속에 있는 그를 많이도 동경했다. 떨어져 걷는 것도 좋았다. 뒤쳐지는 걸음을 기다려 주는 단단한 뒷모습. 그 온정이 내게...
HAKUNA MATATA End "건전하고 느끼한 연애보고서" w. hiver Hakuna matata! You are my lucky charm 우리는 연애 중 입니다 “너 인마, 얘가 얼마나 마음 고생 했는데.” “저도 했습니다, 형님.” “잘해, 좀.” “네, 근데 형님, 왕이 놓고 말씀 하시죠.” 두 사람만 따로 만나 술자리를 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
HAKUNA MATATA 10 w. hiver 눈을 뜰 때마다 액정을 켜 시계를 봤다. 1시간 정도의 간격으로 계속 일어나, 그렇게 미워하던 현실에 내가 제대로 존재하고 있는 게 맞는지 확인해야 했다. ‘진짜네.’ 어제와는 다르게 해 뜨는 시간까지 기분 좋게 말짱하다가, 마지막에야 비로소 침대 위에서 발을 신나게 구르고 일어났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
HAKUNA MATATA 09 w. hiver 뭔가 단단히 잘못된 것 같은데. 겨우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야 내가 집에 들어와 있다는 걸 알았다. 얼마나 한참을 현관에 주저앉아 있었는지.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일어나던 몸을 다시 앉혔다. 대체,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짓을 한 거야. 신발도 벗지 않고 그냥 바닥에 누웠다. 신발들 위로 다리를 ...
HAKUNA MATATA 08 w. hiver “아, 죄송합니다.” 맞은편에서 오고 있는 걸 보면서도 일부러 피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런 식의 접점이 없이는 아예 볼 일이 없어질 것 같아, 야오왕. 찾으려 하면 피하고 있고, 생각을 하다 보면 어느새 내 근처에 있다. 처음 펜을 빌릴 때처럼,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은 목소리. 평소에 양예밍- 하고 부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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